실무를 보다보면 뿌듯한 일도 많고 안타까운 일도 많지만, 가정사로 인한 신고는 가서 보게되면 참 가슴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일반적인 폭력사건, 흉기난동사건등과 비교하였을 때 가정폭력 사건이라하면 시민들은 ‘그냥 부부싸움하나’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을텐데, 가정폭력사건도 여타 강력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건의 현장이 굉장히 위험요소가 많고, 경찰관이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폭력 사건으로 신고를 받고 출동을 하다보면 출동한 경찰관은 신고자 혹은 그 관련자의 주거지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거의 대부분인데, 경찰관은 그곳에 처음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집 안의 구조며 위험 물건의 여부도 파악이 되지 않아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집 안의 구조도 잘 알고 있고, 가정집에 대부분 부엌칼, 가위와 같은 위험한 물건이 있는데 그것의 종류와 상세한 위치까지 알고 있기 때문에 경찰관이 매우 불리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가정폭력 사건 처리절차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도 잘 나와 있고, 긴급임시조치, 임시조치와 같은 것들은 공부를 해본 수험생들이라면 더욱 잘 알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가끔 가다가 이러한
‘가정폭력사건으로 인하여 그 죄가 인정되어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임시보호 명령으로써 배우자로부터 접근금지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피의자가 배우자로부터 용서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의자는 배우자가 승낙을 하였기 때문에 배우자가 거주하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 배우자의 승낙을 얻어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임시보호명령을 위반한 경우에 처벌을 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관련 조문을 검토해보면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3조(보호처분 등의 불이행죄)1항-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가정폭력행위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
2. 제55조의2에 따른 피해자보호명령 또는 재55조의4에 따른 임시보호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가정폭력행위
이러한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조문만으로는 저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관련 대법원 판결2021도14015를 살펴보게 되면,
‘피해자의 양해만으로 임시보호명령 위반으로 인한 가정폭력처벌법 위반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조각된다면 개인의 의사로써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을 사실상 무효화하는 결과가 되어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에, 설령 접근을 피해자가 양해 내지 승낙했다 하더라도 가정폭력처벌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행위로도 볼 수 없기’에 처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 사례의 경우 비록 배우자가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구성요건 해당성이나 위법성을 조각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의자를 가정폭력처벌법 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이 올바른 처사라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피해자인 배우자의 양해나 동의만으로 임시보호명령 위반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조각된다면 그것을 빌미로, 배우자를 협박하여 형을 감면 받으려고 하거나, 오히려 배우자가 그것을 악용하여 불법한 금전거래가 이루어 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또한 피의자가 피해자의 양해나 승낙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접근 금지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갔다면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이라는 것은, 그 이유로 서로에게 무언가를 바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서로 더욱깊은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해줄 수 있고 심지어는 희생도 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에 행복이 깃들길 바랍니다.